본문 바로가기

영화 보물섬

영화 "송환"(2003)을 보고



다큐멘터리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믿었던 나도
어느새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생활의 유혹을 느끼던 무렵이었다...”로 영화가 시작된다.

 영화는 어느새 나의 시선을 일반 영화를 바라보는 그러한 시선이 아니라 감독인 그의 시선을 따라서 그의 생각을 따라 읽게 된다.  아! 그래 이 영화는 영화가 아니라 다큐멘터리였지하는 생각이 나의 뇌리를 스칠 즈음에 문득 느끼게 되었다. 아! 그들이 있었지!! 우리와 같은 동시대에 우리와 같이 살고 있었지 하는 그런 생각말이다. 

 내가 인지하든 하지 않았든 그들은 존재하였고, 이 다큐의 감독 말마따나 나도 어느새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그래 그들은 "장기수"라는 이름으로 우리들 옆에 존재하여 왔었다. 그들은 아시안게임을 하던 그때도 올림픽때도 삼풍백화점이 무너질때도 그리고 월드컵으로 술렁이던 2002년에도 말이다.
 여기서 우리가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그들은 그렇게 존재하여왔었는데,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이었나 하는 것이다. 
 그들이 가진 마지막 하나인 자신의 신념과 생각들을 지켜갈 때 우리는 호의호식하며 삶의 풍족만을 위해 매진하진 않았나 하는 것이다. 예전 도덕시간에 배웠던 배부른 돼지가 되진 않았나 하는 그런 생각들로 마음이 무겁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좀 암울하다. 우리나라 현대사가 친미, 거짓, 살인, 편법, 친일 등등으로 흘러가며 흔들릴때마다 이들의 삶은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한다. 그들이 가진 이데올로기에 대한 확신과 믿음은 그들을 장기수라는 이름으로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최장기 복역을 만들어내고 사람들은 그렇게 그들을 잊어갔으나, 그들은 끊임없는 폭력과 협박과 회유를 견디어 낸다.


 이윽고 찾아온 그들의 봄날인가?
"1999년부터 본격적인 송환 운동이 시작되고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과 함께 송환 운동은 급물살을 탄다. 송환이 현실이 되자 남쪽이 고향인 장기수들, 옥중에서 전향을 하여 북으로 갈 여건이 안 되는 이들, 결혼을 발표하여 동료들의 비난을 받는 이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갈등 상황이 빚어진다. 송환을 앞두고 조창손은 30년 전 체포되었던 울산을 찾아가 죽은 동료의 넋을 달래고 그의 가족에게 전해 줄 흙 한 줌을 퍼 간다. 그리고 비전향 장기수 63명은 2000년 9월 2일 북으로 송환된다."



 영화 전체에서 이분이 가장 많이 생각난다. 출소후 일구어 만든 전재산을 사기꾼에게 모두 빼앗기고 그저 웃으며 인생을 얘기하는 이분 저급한 자본주의에 적응하지 못한 이상주의자의 모습같아서 안타까웠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인 장기수 어른들은 실존인물들이고, 생을 마감하신 분들도 몇 되신다. 이들이 가진 이상이 무엇이기에 우리 정부는 이들을 반평생을 감옥에서 썩게 만들었으며, 이들은 자신의 이데올로기가 과연 무엇이관데....   평생 옥고를 치르면서도 지켜내셨던 것일까?
 오늘날에 돈으로 대변되는 물질만능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아마도 죽을때까지 이해하지 못할 듯 하지만, 그것보다 돌아가실 날이 멀지 않은 그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해 줄수 있을 지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면서 이 후기를 마칠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