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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물섬

어른들로부터 전해들었었던 학도병들의 영화 "포화속으로"(2010)



 전후의 세대인 우리는 전쟁에 대한 막연한 상상과 더불어 영화등등의 매체를 통한 전쟁의 잔학성과 무자비함등을 알게된다.  우리 민족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전쟁을 많이 겪은 민족이고 그 전쟁은 어쩌면 우리 뼛속깊은 곳에 각인되어 있는 트라우마로서 존재하는 지도 모르겠다.  


 처갓집이 경북인 관계로 언듯 듣게되었던 학도병들의 이야기! 북한군에 맞서 싸웠던 학도병의 이야기를 어릴적 들은 기억도 있지만, 커서 듣게 되었던 확실한 기억은 장인, 장모님을 통해서였다.
 이 영화의 주 스토리인 학도병의 이야기는 이것이 허구이든 아니든 세세한 내용은 몰라도 포항일대를 지켜냈던 71명의 학도병은 분명 존재하였었고, 그들은 전쟁의 역사의 기록이 아닌 이렇듯 구전되어 알려지고 있었던 것을 영화화 한 것이다.



 나보다 더 젊은 나이에 총을 들어야 했던 청년들의 역사가 우리민족의 옛 역사이기에 앞에서 언급하였던 트라우마와 같이 우리의 마음속에 내재되어있었던 아픔이 살아난다. 같은 민족의 가슴에 총부리를 들이대며 너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으니 어쩔 수 없었던 그 역사의 시대상에 가슴 절며 되새김질하게 한다.


 "김승우"(강석대 역)의 연기는 이 시대적, 역사적 상황에서의 군 지휘관이 느끼는 안타까움을 잘 표현하였다.  이제 소년티를 갓 벗은 듯한 애송이들에게 총을 지워주며 그가 군 장교로서 느껴야했던 아픔과 모멸감은 어쩌면 기성세대로서 강인한 나라를 건설하지 못하여 외세에 휘둘리고, 동족과의 전쟁으로까지 몰고 간 죄책감같은 것 아니었을까?


 "T.O.P"(오장범 역)는 가수가 영화배우로서의 변모는 좋은데....  흠....  물론 배역이 그렇고, 오장범이 가진 캐릭이 그렇겠지만, 한결같은 굳은 표정과 큰소리치고, 너무 진지하고, 평하기가 곤란하다. 뭐 변화가 있는 캐릭이어야 뭐라 말을 할텐데....    그의 진지한 연기 덕에 오장범은 친구의 죽음과 조국과 민족의 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받아안은 한 청년의 모습이 저랬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차승원"(박무랑 역)은 역시 차승원이라는 소리가 나오게 끔 확실한 자신의 영역을 보여주었다. 이제까지 보여주었던 좀 우낀 역들 "이장과 군수", "귀신이 산다", "선생 김봉두"등등의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그런 모습보다 약간 긴장되고 진지한 역이 더욱 잘 어울리는 배우인 것같다. 
 그가 진지했던 영화이자 내가 진짜 좋아하는 영화인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과 "국경의 남쪽", "리베라 메"에서의 모습을 또 볼수 있어서 좋았다. 차승원이 가진 멋진 몸매와 굵은 목소리 그리고 진지함과 털털해 보이는 이중성이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정말 멋진 배우다.
 



 "권상우"(구갑조 역)의 연기스타일은 내가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다. 약간은 새는 발음하며 항상
비슷해보이는 연기스타일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가 가지지 못한 완벽에 가까운 몸까지 ㅋㅋ 여하튼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지만, 이 영화의 분위기상 예전에 봤었던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선보였던 연기랑 너무 비슷하여 거의 영화가 구분이 안된다. 시대적 배경과 영화상의 배경이 틀릴 뿐 거의 비슷해보인다.  좀 많이 실망스럽다.



 71명이었다던 학도병을 연기한 연기자들이다. 유명한 배우부터 좀 무명의 배우도 있지만, 이들 개개인들이 연기하며 참 많은 것들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린 학생들이 총을 들고 민족상잔의 비극을 온몸으로 느끼며 비록 실전은 아니지만, 연기로라도 그들이 느꼈을 민족의 비애가 새삼 내가슴을 짠하게 만든다.


 한국판 블럭버스터가 종종 만들어지곤 하지만, 그리 잘만들어진 영화는 보기 어려우나 이 영화는 "태극기 휘날리며"를 이어 전쟁씬의 사실감이 대단히 만족스럽다. 파편들을 보여주는 것도 그렇고, 그것을 잡아내는 카메라의 움직임도 만족스럽다.



 이 영화에 등장했던 실제 71명의 학도병사진! 누구에게나 학생시절이 있고, 그 시절을 어떻게 보냈느냐가 일생을 좌우한다고 하여도 전혀 어색한 말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젊은 학생시절을 회상한다면 어떻게 떠올릴까? 비록 북한군이라 하더라도 같은 민족을 서로 쏴 죽이고 죽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민족이라는 개념은 의미 없었으리라! 
 
 언제나 그랬듯이 또 내일의 태양이 뜨고 새날이 밝아오겠지만, 그들의 노고와 숭고한 죽음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이렇듯 존재한다는 사실은 변함없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