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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물섬

초한지 - 천하대전 White Vengeance, 2012



 내가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들은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보통의 경우는 이렇다. 돈을 많이 들인 대작이거나, 정말 스케일이 커서 작은 컴퓨터화면으로 보면 그 감동이 전달될수 없는 영화이거나, 적어도 내 눈에 확 띌 정도로 매력이 있어야 한다. 이런 영화들만 봐도 매일 매일 쏟아져 나오는 영화를 다 볼수는 없고, 거기다 돈과 시간까지 써가며 영화관에 보러가는 기회비용이 더 아깝게 여겨지는 영화는 보고나면 후회막급인 경우가 많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이 영화는 모든 조건들을 만족시키는 영화가 아닌가 하며 보러갔다.


 예전에 군복무 시절에 나는 왜그랬는지 모르겠으나 삼국지 초한지 수호지 열국지 등등의 소설들을 모두 독파했다. 각 시리즈 마다 10권이 넘는 책들이었다. 특히 열국지는 굉장히 책 권수가 많았던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여하튼 우리 내무반에 이 모든 책들이 있었고, 남들 개인정비할때 난 책을 읽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  
 그러므로 난 영화를 보다보면 아마도 생각이 나겠지하며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런데....  전혀 모르겠다.  내가 아는 등장인물은 유방, 항우, 장량 정도...   이런 무식한...    영화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하다는 것을 보며 점점 깨닿는다.   ㅜㅜ

 유방역을 맡은 유명한 배우 여명! 오랜만에 얼굴을 본다. 그런데...  정말 많이 늙었다. 약간은 귀염상에 귀공자같았던 얼굴은 약간은 살이 찐듯하고, 귀공자한테서는 많이 멀어진 듯 보인다. ㅋㅋ
  역시 세월은 누구도 막질 못해!!  그보다 더욱 곤란한 상황은 그가 과연 유방역에 적합했는가 하는 것이다.  예전에 읽었던 소설 초한지가 거의 기억에 없는 관계로 영화 초한지를 기본으로 이야기한다면....    영화 속에서 그는 항우의 뜻을 너무 곧게 따르는 모습을 보여 자신의 주위에 있는 이들로 하여금 그가 항우의 뜻을 거역하여 큰 그림을 그리도록 말하도록 만들었고, 장량이라는 책사를 받아들이는 과정또한 그가 유방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리라고 하는 고언을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자신의 사람이 될 것임을 간파하여 오바하는 모습을 통해서 장량이 자신의 수하에 들어오게 만든 인물임을 생각하면 여명의 착해보이는 얼굴보다 좀 다른 인물을 택하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유방의 최측근인 번쾌의 모습! 언제나 강직하게 유방의 바로 옆에서 그를 보위하며 자신의 손가락 하나쯤은 언제라도 유방을 위해 바칠 수 있는 그만을 바라보는 요즘말로 유방빠라 할만하다.  



 유방을 따르는 최 측근중의 한명인 장량 역을 맡은 "장한위" 그의 약간은 병약해보이는 외모와 그의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약간은 날카로워보이는 신경성 위궤양쯤은 항상 달고 다닐듯한 얼굴은 장량과 범증의 서로 책사로서 진정한 모사로의 모습을 보이는 데에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는 캐스팅인 것이다.


 항우역을 맡은 "풍소봉" 선이 굵은 얼굴과 몸의 움직임은 다 좋았는데.... ㅋㅋ 난 보고 말았던 것이다. 장수로서의 항우의 모습이고, 군주로서의 얼굴은 완벽하였으나 그의 손가락을 본 순간 풉하는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전장에서 큰 장수의 길고 가는 손가락이라.....   풉! 진짜 나만 본 것인가 싶어 와이프에게 물어보니 완이프도 봤단다.    


 항우가 힘쓰고 장수로서의 좋은 재목이라면 그가 왕에 오르게 된 과정에서의 머리역은 단연 범증의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범증역을 맡은 "황추생" 홍콩 영화에서 자주 봤던 얼굴이라 낯이 익다. 장량과 범증의 두뇌싸움이 이 영화의 초중반을 이끌어 가는 주요 스토리라 본다면 그들의 역과 캐스팅은 거의 완벽에 가깝다 할 것이다.


 항우와 유방이 가진 모든 것을 걸고 펼친 한번에 바둑 5판을 두는데.....   항우와 유방의 모사인 범증과 장량 두명다 보지 않고 두는데....  
 초중반의 영화의 스토리를 끌고 갔던 두 책사의 두뇌싸움은 그들이 왜 세상에 둘도 없는 세상의 역사를 바꿀 두뇌들인지를 보여준다.



 범증이 제거된 항우는 자만하고....  장량에 의해 한층 강화된 유방의 군대는 각지의 제후들의 군대까지 함께하여 항우를 결국 그 유명한 4자성어인 사면초가의 상황을 만들어 낸다.
 옛말에 하늘아래에 두마리의 용이 한번에 있지 못한다 했던가!!   그렇게 항우는 역사의 저쪽으로 사라지게 된다. 허나 이 와중에 항우와 우희의 애틋한 사랑얘기가 빠졌으니.... 



 유방은 항우를 제거한 후 황제에 오르게 되니....   역시 역사는 최후에 웃는 사람에게 손을 들어 주는 것이다.   여기서 또 나온다. 그 유명한 4자성어 "토사구팽"   황제의 자리에 오른 유방은 자신이 황제에 오르기 전의 황제였던 진시황이 그러했듯 자신의 황제의 자리를 누리기 위해 자신의 자리를 위해할 정도의 인물들을 제거하기 시작한다.    최고의 공신인 장량, 한신등등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이들을 제거하는데, 그 모든 것을 보고 있었던 번쾌는 결국 자결하고....

 치열한 전투장면이 전체 영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었으나, 영화의 절반이상을 두 모사의 치열한 책략싸움을 보여주고, 범증과 장량의 서로의 책략을 뛰어넘는 또다른 책략으로 완성되어지는 싸움을 보여준다. 장량이 범증을 항우에게서 떼어내는 책략과 결국 장량또한 유방으로부터 토사구팽되는 전략을 세운 범증의 두 쪽다 지는 책략은 정말 이 두명의 책사가 세상을 가름하는 모사임을 증명하는 지략일 것이다.

 오랜만에 대작인 영화를 보고나서 돌아서서 나오는데....   정말 왜 아주 만족한 것을 얻었을 때만이 느낄수 있는 풍족한 표정을 지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